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기업

[CEO 심리학] 목표가 높으면 좌절만 커질 뿐, 매일 작은 실천이 큰 성취 낳아

입력 : 
2021-04-22 04:03:02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분들이 크고 작은 결심을 하고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 언젠가 필요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좀 더 건강한 신체를 가지기 위한 단련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러한 결심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생기는 무력감이나 자책감은 팬데믹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더욱더 위축시키는 이중고가 되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단순히 의지력과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인간이 매우 미묘하고 섬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마음가짐 몇 가지가 필요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심리학자 재닛 폴리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다. 폴리비 교수 연구진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을 모집해 세 그룹으로 나누고 다음과 같은 조치를 했다. A그룹은 아무것도 먹지 않게 했다. B그룹은 칼로리가 높은 간식을 소량 먹게 했다. C그룹은 칼로리가 높은 간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였다. 이후 이 세 그룹은 모두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다른 장소로 이동했고 그 장소에는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연구진은 이 세 그룹 중 어느 그룹이 음식을 가장 많이 섭취했는지 관찰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배가 고플 A그룹이 가장 많이 먹고, 이미 배가 부른 C그룹이 가장 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관찰됐다. C그룹이 음식을 가장 많이 먹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다양한 음식 중 자극적인 음식에 특히 손을 많이 댔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른바 '나 몰라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자제하는 것이 이미 무너졌다고 생각해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작심삼일 현상을 설명한다. 무언가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그 결심과 반대되는 사소한 무언가가 둑을 허물듯이 결심과 관련된 행동 전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빵을 한두 개 먹고 난 뒤 '망쳤다'는 느낌으로 폭식을 시작하는 것이나, 10시간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날 몇 시간밖에 공부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 뒤 이후 며칠 동안 공부 전체를 포기하는 것 등 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하루나 일주일 혹은 어떤 결심을 실천하는 시간의 단위를 평가할 때 0점이나 100점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먼저 버려야 한다. 3일 연속 성공하고 4일째 실패했다면 4일 차에 0점을 줄 것이 아니라 4일 중 3일을 성공해 75점을 기록한 '구간'인 것으로 이 네 개 날을 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5일 차는 다시 새로운 구간의 첫째 날이 돼 더 해보자는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목표를 지나치게 크게 잡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좌절이 일찍 일어나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도 전혀 시도하지 않을 때가 매우 많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이른바 '헛된 희망 증후군'이라고 표현한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 자신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꽤 강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높은 목표를 세우기 십상이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참으로 간사해서 높은 목표를 세울수록 '목표를 세웠다'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기 쉬워진다. 그런데 이러한 만족감은 정작 그 목표를 달성하고 계획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동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족감이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계속하려는 의지와 정반대 방향으로 사람을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고 이른바 '뿌듯함'을 느꼈다면 이는 매우 경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난 뒤 '다소 소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